어제 나온 소비자물가(CPI)와는 달리 '디플레이션'을 가리킬 정도로 낮게 나온 덕분입니다. 폭등하던 S&P500 지수는 신고점인 4800을 향해 질주했습니다. 하지만 4802를 찍은 직후 다시 후퇴했습니다.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불안감을 자극한 데다, 어닝시즌에 돌입한 기업들은 줄줄이 부정적 가이던스를 내놓았습니다.
12월 PPI는 전월 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0.1% 상승)보다 훨씬 좋았을 뿐 아니라 10월(-0.4%)과 11월(-0.1%)에 이어 3개월 연속 디플레이션을 이어갔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1.2% 하락한 게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보합세(0%)를 보였습니다. 3개월 연속 보합입니다. 역시 예상(0.2% 상승)보다 나았습니다. 상품은 0.4% 하락했고, 서비스 물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PPI는 통상 3~4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CPI의 선행 지표로 여겨집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상승으로 둔화해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간 수요 가격은 대부분의 생산 단계에서 1년 전보다 많이 하락해 파이프라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음을 나타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CPI와 PPI가 나오면 이달 말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골드만삭스는 "PPI와 CPI 발표를 근거로 우리가 추정한 12월 근원 PCE 물가는 전달보다 0.17%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 대비로는 2.93%로 나온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근원 PCE 물가는 지난 11월 전월 대비 0.1% 상승, 전월 대비 3.2% 상승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PCE 물가가 2.5%에 달하면 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봅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어제 CPI와 오늘 PPI가 나온 뒤 근원 PCE 물가는 작년 4분기에 연율 2.0% 상승했다고 확신한다. Fed의 작업은 완료되었다. 지금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밤새 중국에서도 디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12월 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하락해서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습니다. CPI도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3개월 연속 내림세입니다. 이는 중국 경제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미국과 세계에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디플레이션이 수입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가 상승세가 꺾인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
우선 유가가 급등세 발생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92% 오른 배럴당 72.6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홍해를 위협해온 예멘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전격 공습하면서 중동 불안이 고조됐습니다. 후티는 전방위 보복을 경고했지요. WTI 가격은 한때 4% 이상 오른 배럴당 75.2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전선에 불안감을 일으키는 요인입니다. 사실 오늘 PPI가 디플레이션을 보인 이유는 대부분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입니다.
게다가 홍해 사태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어제 부품 공급 지연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이번 달 베를린 공장에서 2주 동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볼보자동차도 홍해 위기로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다음주 벨기에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영국의 식료품 유통업체 테스코의 켄 머피 CEO는 "고객들이 더 높은 가격을 보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1월 첫째 주 홍해에 입항하는 선박 수는 약 220척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습니다. 이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할 경우 약 3000~3500해리(약 6000km)를 더 가야 합니다. 14노트의 속도로 가면 10일~2주까지 더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아시아-유럽 노선의 컨테이너 운임은 12월부터 3배 이상, 세계 평균 임금은 2배 증가했습니다.
ING는 "일반적으로 물류비는 제품 총 비용의 작은 부분(5~10%)을 차지한다. 물류비가 두 배 또는 세 배가 되면 총비용이 5~10% 증가하겠지만, 현재 혼란이 오래 지속하지 않는 한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홍해 혼란은 현재 거의 4주 동안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다국적 작전에도 아직 안전한 통로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고려하면 위험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공급망 혼란에 따른 연쇄 효과는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는 어닝 시즌입니다.
오늘 △JP모건(-0.7%) △뱅크오브아메리카(-1.06%) △웰스파고(-3.34%) △씨티(+1.04%) 등 미국 4대 은행의 실적 발표로 4분기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실적은 전반적으로 괜찮았습니다. JP모건은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3.04달러로 월가 예상 3.32달러보다 낮았습니다. 하지만 지역은행 파산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과한 29억 달러의 특별 예금보험료와 7억4300만 달러 투자손실을 빼면 주당 3.97달러를 벌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는 19억 달러의 예금보험료를 냈지만 4분기 이익이 1년 전보다 9% 증가했고 EPS도 1.29달러로 예상치 1.17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익은 31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했습니다. EPS는 주당 35센트로 예상 68센트보다 훨씬 적었지만 역시 특별예금보험료(21억 달러)와 리보 금리 폐지에 따른 수수료(16억 달러) 등이 없었다면 주당 70센트에 달했을 것으로 봤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가이던스였습니다. 핵심 수익원인 올해 순이자 이익(NII)에 대해 JP모건은 2023년과 비슷할 것으로 봤지만 웰스파고는 평균 대출의 소폭 감소, 소비자 금융 및 예금 감소, 금리 하락 등을 이유로 7~9%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씨티그룹도 완만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금리 하락으로 대출 이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겁니다. 대출을 늘리면 되겠지만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올해 대출 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JP모건조차도 매출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팩트셋은 "4분기에 부정적인 EPS 지침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수와 비율 모두 5년 및 10년 평균보다 높다"
현재까지 111개 기업이 4분기 EPS 가이던스를 내놓았는데, 72개는 부정적이었고 39개만이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부정적 가이던스를 내놓은 기업 수는 5년 평균 57개, 10년 평균 62개를 넘습니다. 기업 비율도 65%(111개 중 72개)로, 이는 5년 평균 59%, 10년 평균 63%보다 높습니다. 반면, 긍정적 가이던스를 내놓은 기업 수는 5년 평균 40개에 미치지 못하고, 10년 평균인 36건보다는 많습니다.
찰스 슈왑 애셋매니지먼트의 오마르 아길라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에서는 이번 어닝시즌에 전반적으로 2022년부터 나타난 기업 이익 둔화의 마지막 단계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 남은 기간에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이익은 경제 성장과 함께 묶여 있는 경향이 있으므로 올해 이익 전망의 많은 부분은 미국 경제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길라 CIO는 월가의 컨센서스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면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시장이 생각하는 데로 이번 4분기가 아마도 가장 불확실할 어닝시즌이 될 것이고, 1분기와 그 이후로 들어가면서는 이익의 긍정적인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것을 제시하면서 이렇게되면 기업 매출은 개선되겠지만 마진은 나빠질 수 있어서 주가에 더 많은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길라 CIO는 마지막 시나리오는 여전히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그렇다면, 악화하는 경제 활동이 기업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이익은 지금 시장 예상보다 분명히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