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새벽부터 이스라엘이 앞으로 48시간 내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데 대해 보복을 예고해왔죠. 백악관은 이란의 보복 공격 위협이 "진짜"(real)라면서 중동에 군 자산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국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7달러, 브렌트유는 92달러를 넘기도 했습니다. 6개월 내 최고입니다.
래피단 에너지의 밥 맥닐리 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WTI는 0.75% 상승한 배럴당 85.66달러, 브렌트유는 0.8% 상승한 배럴당 90.4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덕분에 상승 폭이 약간 줄였습니다.
블룸버그의 애나 윙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적으로 1970년대 인플레이션 (2차 상승)과 같은 분위기가 있다.
지난 2년간 유리했던 기저효과가 거의 사라져가고, 오일 쇼크가 발생하려고 하는 순간에 Fed는 완화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Fed가 금리를 내리면 1970년대처럼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죠. 그동안 월가는 1970년대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인해 인플레가 반등했다며, (오일쇼크가 없고, 기름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한 만큼) 올해 인플레이션은 계속 둔화할 것이라고 관측해왔습니다.
시카고 연방은행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동 불안정은 유가와 천연가스 측면에서 Fed에게 와일드카드다.
원자재 가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부정적 공급 충격은 좋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비자물가(CPI)에 대해 "원했던 것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여러 번 있었지만,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더 나은 척도"라고 밝혔습니다.
굴스비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얻기 시작한다면 훨씬 더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PCE가 다시 부풀어 오르면 우리는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전자산' 금은 장중 온스당 2448.8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 2400달러 선을 넘었습니다. 금은 그동안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금리 인하 기대 등이 합쳐져 급등세를 보여왔죠. 세계금협회는 중국 런민은행이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금 보유를 늘렸다고 집계했습니다.
폭스뉴스의 찰스 가스파리노 기자는 "백악관에서 들으면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지만,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은 여전히 이란에 '파괴적'일 수 있으며, 이는 분쟁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영향도 커질 것이다. 유가, 금리 등이 대폭 급등하여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고 바이든의 대통령직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이번 전쟁은 사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빠른 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오늘 S&P500 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5115)을 깨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연말 목표 5400을 고수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200일 이동평균선(4669) 테스트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미·중 갈등 유탄 맞은 반도체
지정학적 긴장은 중동, 우크라이나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WSJ은 아침 단독 기사로 " 중국 정부가 올해 초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3대 국영 이동통신사에 장비를 점검하고 외국산 CPU를 2027년까지 교체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정부 컴퓨터와 서버에서 미국산 칩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통신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중국도 이에 대응해 주요 인프라에 대한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죠.
WSJ은 세계 서버 CPU 공급을 과점해온 인텔과 AMD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용 CPU 시장은 인텔이 71%, AMD가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가는 아침부터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인텔은 5.16%, AMD는 4.24% 떨어졌습니다.
막오른 어닝시즌…어두운 은행 실적
JP모건,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은행의 실적 발표를 필두로 1분기 어닝시즌이 개막됐습니다.
JP모건(-6.47%)은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하는 등 실적 측면에서는 월가 기대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 이익(NII) 전망이 기대를 밑돌아 주가가 6.58% 급락했습니다. 1분기 NII가 232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 증가했지만, 전기 대비로는 4% 감소해 우려를 불렀습니다.
JP모건은 지난해 지역은행 위기로 자금이 대형은행에 몰리면서 NII가 급증했지만 이런 추세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고객 예금을 유지하기 위해 더 큰 이자를 지급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손충당금도 18억8000만 달러를 쌓아 월가 추정보다 많았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CEO는 "예금 마진 압박과 낮아진 예금 잔고로 인해 전 분기 대비 NII가 4% 감소했다. 앞으로 NII, 대손 비용 모두 정상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이먼은 또 "미국 경제와 은행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여러 가지 중요한 불확실한 요인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라며 지정학적 위험 증대, 지속적 인플레이션 압력, Fed의 양적 긴축(QT)을 3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오늘 인플레이션을 위험으로 꼽은 월가 빅샷은 다이먼뿐이 아니었습니다.
역시 실적을 공개한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둔화했고 우리는 물가가 낮아질 거라고 말해왔지만 Fed가 목표하는 2%로 내려올지는 의심스럽다. 2.8~3% 사이의 안정적인 물가를 계속해서 얻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해 "두 차례는 인하할 것 같다"라고 예상했습니다.
WSJ은 은행 실적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모기지 사업은 여전히 침체 상태에 있다.
1분기 주식 및 채권 시장은 평온했고, 이로 인해 트레이딩 매출은 둔화했다.
투자은행 사업은 다시 한번 현금을 긁어모으고 있다.
대형은행들은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어닝시즌 초반 은행 실적 부진은 예상되어온 것입니다. AI 붐을 등에 업고 있는 기술주들이 실적을 공개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월가는 기대합니다.
팩트셋은 오늘까지 실적을 공개한 S&P500 기업들은 1분기 이익이 월가 추정보다 0.9% 더 많게 나왔는데, 이를 과거 추세와 비교해보면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7.3% 증가할 것으로 봤습니다.
UBS는 1분기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작년 4분기와 비슷한 7~9%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익 성장세가 이번 분기부터 매그니피선트 7 이외의 주식으로 확대되고, 그런 추세는 연중 내내 가속화될 것"이라며 "우리의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S&P500 지수가 연말까지 5500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레프코비츠 주식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빨리 완화되거나 기업 이익 성장이 예상보다 강하다면 그러한 결과는 달성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리키는 경제 데이터
미시간대가 발표한4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
4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는 77.9로 직전 달 79.4보다 1.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락 이유는 휘발유 가격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때문입니다.
단기(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월 2.9%에서 4월 3.1%로 올라갔고요. 장기(5년) 기대 인플레이션 예비치는 2.8%에서 3.0%로 상승했습니다.
미시간대는 "4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소폭 오른 것은 인플레이션 둔화 정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경제에 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장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이번 사이클 초기보다는 낮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는 Fed의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3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4% 상승
3개월 연속 상승세로 월가 예상치 0.3% 상승도 상회했고요. 전년 동기 대비로도 0.4% 올랐습니다.
수입물가가 전년보다 오름세를 보인 것은 2023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4.7%로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던 게 가장 큰 상승요인입니다.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2월 0.2%보다 둔화한 것이죠. 역시 에너지가 문제인 셈입니다.
그러나 식품, 사료, 음료수 수입 가격도 3월 1.6% 상승해 2023년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수입물가 인플레이션의 증가는 CPI, PPI와 함께 경제 전반적인 가격 압력의 상승을 보여줬다. Fed의 금리 인하는 2024년 하반기로 연기될 것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라고 설명했습니다.
달러 강세는 이어졌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69% 올라서 106.01을 기록했습니다. 5개월 내 최고치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중앙은행의 비둘기파적 메시지가 달러 랠리에 힘을 더한 가운데, 중동 긴장까지 '안전자산' 달러를 뒤에서 밀고 있습니다.
ING는 "한동안 지정학은 외환 시장에서 부차적 역할만을 해왔다. 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 고조로 인해 유가가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이 둘은 모두 단기적으로 달러에 이익이 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15일은 미국의 세금 납부 마감일로 통상 이날이 지나면 주가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과연 올해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다만 올해는 4월 15일까지 다른 해보다 월등히 상승률이 높다는 게 차이점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