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이션의 가장 쉬운 부분이 이제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팬데믹 때 발생한 공급망 혼란이 정상화되면서 상품 분야의 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서비스 분야의 임금 상승세는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지는 마지막 마일(last mile)은 매우 힘들 것이란 것이죠. 그래서 경착륙까지 부를 수 있는 계속된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씨티, TS롬바드 등이 이런 시나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씨티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9% 더 오른 것은 '이상'(aberration) 현상이 아니다.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새로운 체제에 들어섰다.이로 인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 금리를 '더 오랫동안 더 높게' 유지하게 될 것이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씨티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몇 차례 내린 뒤 다시 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지적합니다. 인플레이션이 2%로 회복되지 않으면서 다시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TS롬바드는 "일종의 경기침체 없이는 인플레이션 2%로 돌아갈 수 없다. 1월 CPI 데이터와 서비스 인플레이션 가속화가 이런 사실을 증언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비관론자들은 벤 버냉키 전 Fed 의장과 올리비에 블랑차드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을 근거로 듭니다. 버냉키는 논문에서 팬데믹 초기 공급망 쇼크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노동시장의 임금으로 전이되면서 인플레가 지속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중장기적으로 2%까지 낮추려면 실업자 1인당 빈 일자리(공석률)를 당시 1.6개(지금은 1.4개)에서 팬데믹 이전인 1.2개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력한 긴축 정책을 통해서 말이죠. 에버코어 ISI는 "공석률이 현재 1.4개인데 논문에 따르면 이는 CPI를 2.7%에서 안정시킨다. 2026년 말에 가야 2.4%가 된다. 만약 2025년 말까지 인플레를 2%까지 되돌리려면 공석률을 0.8개까지 줄이고 실업률은 자연 실업률(4.3%) 보다 높여야 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낙관적 시나리오
월가 다수가 지지하는 것은 1월 CPI 반등은 일시적이고, 인플레이션은 둔화 추세를 이어가리라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매년 초 1년에 한 번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1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죠. 또 주거비가 다시 반등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렌트는 하락하고 있으므로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반영될 것이라는 겁니다. 또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오는 29일 발표되면 CPI보다는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거비 비중이 작기 때문이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상품 물가는 중고차 가격의 큰 폭 하락에 기인해 떨어졌지만, 근원 서비스 물가는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주거비 중 렌트와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 1월은 대체로 인플레이션이 강한 달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1월 근원 PCE 물가의 상승률은 CPI(0.4%)보다 낮은 0.3%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1월 CPI는 주가뿐 아니라 달러, 금리까지 모두 뒤흔들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물증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라고 가리킨다"라면서 7가지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4분기 3.5%까지 떨어진 고용비용지수(ECI) ▲1월 2.4%까지 내려간 중기 인플레이션 기대(뉴욕 Fed 조사) ▲가격을 올렸다는 답변 비율이 24%까지 줄어든 전미자영업연맹(NFIB) 조사 결과 ▲1월 -0.8%를 기록한 중국 CPI ▲정점에서 20% 떨어진 만하임 중고차 지수 ▲계속 떨어지고 있는 원자재(천연가스, 밀 등) 등입니다.
이런 두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인디펜덴트 어드바이저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지속은 모든 투자자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인데 1월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즉각적 반응은 주식과 채권의 매도였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대부분의 물가 보고서는 정말 고무적이었다. 이제 투자자들은 다음 보고서를 기다릴 것이며, 그 수치가 낮게 나온다면 1월 CPI는 단지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다수가 낙관적 시나리오 편에 섰습니다.
영국에서 발표된 1월 CPI는 1년 전보다 4.0% 상승했고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5.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상(4.2%, 5.2%)보다 좋았죠.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CPI는 0.6% 하락했습니다. 예상(-0.3%), 12월(0.4%)보다 크게 낮았죠. 이에 영국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bp 하락한 4.07%로 떨어졌고,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8% 상승했습니다. 물론 영국의 경제 상황은 미국과 다르고, 아직 인플레이션도 라스트 마일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시카고 Fed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CPI에 대한 낙관적 시나리오를 그대로 확인
어제의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대해 너무 '뒤집어지지' (FLIPPED OUT) 말자. 인플레이션 추세를 한 달 수치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조금 더 높아지더라도, 이는 여전히 2% 목표로 돌아가는 경로와 일치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Fed의 2% 목표는 CPI가 아닌 PCE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두 지표의 측정 방법은 '약간 크게' 다를 수 있다.
너무 오래 제약적 금리를 유지하면 우리 책무 중 하나인 고용 측면(실업률 상승)에 대해 걱정해야 할 것이다.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 CNBC 인터뷰 내용
Mag 7 주식 가운데 4개(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는 매수, 3개(애플, 테플라, 알파벳)는 공매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플과 테슬라는 실적 부진을 공매도 이유로 들었고 알파벳의 경우 핵심 사업인 검색, 유튜브 등에서 4분기 광고 수입이 예상을 밑돌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영업이익이 20% 증가했고, 주당순이익(EPS)이 2025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애저에서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메타에 대해선 "주가가 지난해 3배로 뛰었지만, 작년 한 해 이익이 90% 늘어나면서 주가수익비율(P/E) 24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S&P500 지수의 21배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매출이 70% 증가하면서 이익이 계속 예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