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원유(WTI)는 새벽 6시께 배럴당 85달러를 넘었고, 브렌트유는 89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전날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습해 이란군 지도자 다수가 사망하면서 중동 긴장이 고조된 데다, 밤새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타네코 정유공장을 타격했습니다. 이는 공급 우려를 불렀죠. 물론 기저에는 다시 50 이상으로 올라간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 PMI 영향도 있습니다. 수요 요인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WTI는 1.7% 오른 배럴당 85.15달러, 브렌트유는 1.7% 상승한 배럴당 88.9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둘 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0월 27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습니다. 유가는 올해 들어 18% 이상 상승했지요.
장 마감 뒤 발표된 미국석유협회(API)의 주간 통계(~3월 29일)에서는 한 주 동안 미국의 원유 재고가 229만 배럴 감소하고, 휘발유 재고도 146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자재 상승
고금리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PMI가 50.3으로 17개월 만에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온 탓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3bp나 뛰었었지요. 금리 상승세는 오늘도 이어졌고 아침 한때 7bp 추가 상승해 4.4%를 넘었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입니다. 5년, 30년물 수익률도 올해 최고 수준에 올랐습니다.
사실 제조업 경기 개선은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는 요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제조업 PMI가 확장 국면에 있을 때 (제조 비중이 높은)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연평균 12%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3월 제조업 지불가격이 2월 52.5에서 3월 55.8로 뛴 것입니다.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죠.
파이퍼샌들러의 마이클 캔트로위츠 전략가는 "일반적으로 ISM PMI가 50 이상으로 회복되면 주식은 긍정적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불가격이 더 높게 나오면서 그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모든 투자자는 인플레이션의 렌즈를 통해서 모든 것을 바라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강달러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달리 냉각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3월 소비자물가(CPI)는 2월 전년 대비 2.5%에서 3월 2.2%로 떨어졌습니다.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2021년 6월 이후 최저까지 떨어졌습니다. 전날 나왔던 프랑스의 3월 CPI도 2월 3%에서 2.3%로 둔화했었죠.
ING는 "독일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준다. 다가오는 ECB 회의의 논제는 더 이상 금리 인하 '여부'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내려야 하는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ECB가 6월 인하를 시작해 올해 100bp 내릴 것을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금리 인하 기대는 상당 폭 후퇴했지요.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6월 인하 확률이 어제 50% 초반까지 내려갔습니다. 오늘은 6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베팅(0.5%)도 출현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유럽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비둘기파적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 사이에 경제 데이터와 통화정책 전망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ISM 발표 이후 6월 인하 가능성이 60%대로 떨어졌는데, 유럽에서는 6월 인하 확률이 100%에 달하고 있다. 또 시장은 미국의 올해 인하 폭을 67bp 수준으로 추정하지만, 유럽에서는 90bp 이상이 반영되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달러 강세를 부추겼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새벽 한때 105를 넘었습니다.
고금리, 강달러, 고유가는 모두 주가의 펀더멘털인 미국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2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가 발표된 뒤 금리, 달러 상승세는 약간 누그러졌습니다.
노동부가 발표한 2월 JOLTS에서 채용공고 건수는 875만6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1월(874만8000건)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또 2월 채용 건수와 퇴직 건수도 각각 580만 건과 560만 건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퇴직 중에서 자발적 퇴직(350만 건), 해고(170만 건)도 마찬가지이고요. 노동자들이 얼마나 노동시장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자발적 퇴직률은 2.2%로 4개월째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2019년보다 약간 낮습니다.
2024년 2월 채용공고는 8,756,000명으로 대체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일자리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제롬 파월 의장이 주목하는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건수는 1월 1.43건에서 2월 1.35건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개 수준보다는 높습니다.
RSM은 "노동수요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을 웃돌고 있어 노동시장은 상반기에도 여전히 건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퇴직률을 보면 임금 인상 압력은 높지 않다. 노동시장이 정상화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시장은 ISM PMI를 보고 성장이 다시 가속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지만, JOLTS 등을 보면 재가속의 징후는 없다.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를 향해 가고 있으며 Fed는 재가속이 없는 한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월 공장 주문은 전월보다 1.4% 증가해 3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월가가 예상한 1.0% 증가도 웃돌았습니다. 다만 1월 수치는 3.6% 감소에서 3.8% 감소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공장 주문은 전년 동기에 비해선 0.2%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제조업 PMI를 보면 단기적으로 공장 주문이 회복될 것임을 가리킨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