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금 납부 마감일이 4월 15일입니다. 이를 앞두고 누군가 그동안 수익이 많이 난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 세금을 낼 재원을 마련했다는 관측입니다.
통상 이런 식의 매도세가 4월 초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계절적으로 4월 15일까지 약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리스 파이낸셜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세금을 내기 위해 자산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일이 매년 발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멘텀 꺾였다? 일단 차익실현
산톨리 분석가는 "지금으로서는 충분하다"(Enough for now)라는 투자자가 많이 오른 주식 위주로 일부를 차익실현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힘을 잃은 애플 테슬라뿐 아니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랠리를 주도해온 주식들도 최근에는 상승 모멘텀이 꺾였습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한 달째 820~920달러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랠리는 작년 10월 말 이후 큰 조정 없이 다섯 달 넘게 지속해 왔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까지 284거래일 동안 하루 2% 넘게 떨어지는 날 없이 상승세를 유지해왔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1965년부터 따져서 이렇게 길게 2% 이상 하락을 겪지 않은 기간이 다섯 차례 더 있었습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하루 2% 조정 없이 무려 950일간 상승하기도 했죠. 그러나 대부분은 280일이 되기 전 조정이 발생했습니다.
S&P500 지수는 1년에 평균 세 번가량 5% 이상 하락했고, 한 차례는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물론 여러 날에 걸쳐서 그렇지만요. 강세장도 통상 조정을 받으면서 올라가는 게 건강합니다. 월가는 조정이 마땅히 있었어야 한다며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랠리는 최근 계속 오를 수 있는지 모색하면서 이미 일종의 혼란을 겪고 있다. S&P500 지수는 하루 2% 조정 없이 284일째를 맞고 있는데,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긴 것이다. 랠리가 멈춘 것을 보면 많은 투자자가 큰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정이나 하락 시엔 매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실제로 의미 있는 하락을 경험하지 못했다. 내일 당장 내림세가 시작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날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CPI 불안
내일은 모두가 기다리는 3월 CPI가 발표됩니다. 월가는 에너지 상승으로 인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 변동을 제거한 근원 CPI는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구체적으로 월가 주요 금융사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물가가 한 달 전보다 0.29%, 1년 전보다 3.4% 오르는 것이고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각각 0.27%, 3.7% 상승하는 것입니다. 물가가 전월 대비로는 둘 다 둔화하는 것이고요.
특히 Fed가 주시하는 근원 물가는 전월, 전년 대비 모두 낮아집니다. 이런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이어지면 월가는 Fed가 6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골드만은 3월 CPI 보고서의 핵심을 세 가지로 봅니다.
먼저 2월 3.6% 급등했던 항공료가 3%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살짝 낮아진 제트유 가격과 실시간 항공료 하락에 기반한 것입니다.
두 번째, 중고차(-0.3%) 신차(-0.5%) 등 차량 가격이 하락했을 것으로 봅니다. 판매 인센티브 증가 추세 및 중고차 경매 가격 하락을 반영했습니다.
세 번째, 1, 2월 물가 급등의 주범인 주거비의 경우 렌트는 0.37% 오르고 집주인의 등가 임대료(OER)는 0.45% 상승해 2월보다 살짝 둔화했을 것으로 관측합니다. 시장의 신규 임대료 둔화 추세를 고려한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이를 종합해 3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7% 올라 높았던 1, 2월보다 둔화하리라 전망합니다. 전년 대비로는 3.7% 오르고요. 헤드라인의 경우 각각 0.29%, 3.4%로 전망합니다. 컨센서스와 같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수치가 나오면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즉 '슈퍼 코어' CPI는 3월 전월 대비 0.28% 오르고, '슈퍼 코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0.21% 상승에 그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물가 추세는 6월 시작하는 올해 세 차례 인하 시나리오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도 자동차, 임대료, 노동시장 둔화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헬스케어와 단독주택 임대료에서 약간의 역풍이 있겠지만 앞으로도 월별 CPI 증가율은 0.2~0.25%에 머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올해 말이면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0%, 근원 PCE 물가는 2.4%에 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에버코어ISI는 3월 CPI와 관계없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에버코어는 "3월 CPI를 시작으로 3월, 4월의 인플레이션은 Fed가 올해 6월부터 3회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장애물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충분히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6월 금리 인하의 근거는 3, 4월 인플레이션 하락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이미 인플레이션에서 이루어진 상당한 진전, 인플레이션이 26년 목표 2%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장기간 금리를 5.4%로 유지하는 데 따른 양면적 위험을 바탕으로 할 것"이라며 어쨌든 6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3, 4월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타나면 오는 7월이나 9월까지도 3개월, 6개월, 12개월 인플레이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경계감을 표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퍼듀대 학장)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금 Fed에 대한 가장 좋은 추측은 세 차례 금리 인하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 관점에서 많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 데이터가 이미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022년 초 5.3%에 달했던 근원 PCE 물가가 이미 Fed의 목표보다 0.8%포인트 높은 2.8%까지 떨어진 것만으로도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반면, 웰스파고는 좀 조심스럽습니다. 헤드라인 CPI는 휘발유 가격 상승 탓에 2개월 연속 0.4% 상승하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0.3%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컨센서스보다 조금 높습니다.
웰스파고는 "근원 상품 물가는 3월 디플레이션 영역으로 다시 하락할 것이지만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주거비 추가 둔화가 다른 서비스 물가 반등으로 상쇄되면서 거의 변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서비스 물가가 더 뚜렷하게 냉각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3월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울퉁불퉁하고 아주 느리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3월 소기업 경기낙관지수는 전월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88.5로 집계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012년 12월(88.0)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낮은 판매 기대치가 지수를 낮추는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향후 3개월 동안 더 높은 매출을 기대하는 기업의 순(net) 비율은 2월 -10%에서 3월 -18%로 떨어졌습니다. 또 순 36%의 기업이 향후 6개월 동안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더 나쁜 것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여전히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다시 부각된 것이죠. 인플레이션이 사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는 중소기업의 응답이 순 25%로 전달보다 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 판매가격을 인상했다는 순 응답이 2월 21%에서 28%로 높아졌습니다. 이 비중이 오른 것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앞으로 3개월 안에 가격을 올릴 계획이 있다는 순 응답 비중도 33%로 3%포인트 올랐습니다.
NFIB는 "중소기업 낙관론은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한번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의 가장 큰 문제로 보고되었고, 노동시장은 약간만 완화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지수가 2012년 이후 가장 낮아졌지만 그런데도 1년 전보다는 단지 1.8% 하락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지금의 경제 성장 추세와 일치하는 속도"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