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6% 성장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작년 4분기 3.4%뿐 아니라 월가 예상 2.5%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세부 내용은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2.8%), 4분기(3.3%)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견실한 수준입니다.
상품 소비는 0.4% 줄었지만, 서비스 지출은 4.0%(2021년 4분기 이후 최대)나 늘었습니다. 민간 투자도 전분기보다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분기 0.7%에서 회복된 것이죠.
GDP를 예상보다 낮춘 건 재고 투자와 순수출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1분기 성장률을 1.2%포인트나 끌어 내렸습니다. 또 지난 4분기 4.6% 증가했던 정부 지출도 1분기 1.2%로 둔화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변동성이 큰 요인입니다. 재고와 무역, 정부 지출을 뺀 국내 민간 최종 판매는 3.1% 증가했습니다.
TS롬바드는 "1분기 GDP 데이터를 뜯어보면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재고 감소와 정부 지출의 급격한 둔화는 경제 발전의 중요한 결정 요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성장률을 3.1%로 추정해 크게 틀렸는데요. 골드만은 "실제 데이터와 1.5%포인트나 오차가 났지만, 그중 1.1%포인트가 재고와 무역에서 생겼다. 국내 민간 최종 판매는 강하게 나타나는 등 그렇게 부드럽지 않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3.4%로 4분기 1.8%보다 크게 높아졌고, 근원 PCE 물가는 3.7%로 역시 2.0%에서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월가는 1분기 근원 PCE 물가를 3.4%로 예상했었죠. 상품 물가는 0.5% 하락했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2023년 1분기 이후 최고인 5.4%나 뛴 탓입니다.
강한 서비스 수요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만든 것이죠. 미 중앙은행(Fed)에는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래서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에도 금리는 뛰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전날보다 8bp 오른 4.739%까지 올라갔고요. 2년물 수익률은 9bp 상승해서 5.027%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기대 횟수를 한 차례(30bp)로 줄였습니다. 9월 인하 베팅은 전날 70%에서 6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피치는 "1분기 GDP 보고서의 핵심 이야기는 뜨거운 인플레이션이다. 성장이 계속해서 천천히 둔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다시 잘못된 방향으로 강하게 상승한다면 2024년 금리 인하는 점점 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UBS는 "서비스에 대한 더 강한 소비자 수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으키고 있다. Fed가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상황에서 나쁜 소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근원 PCE 물가는 1월 전월 대비 0.45%, 2월 0.26% 상승했었습니다. 그런데 1분기가 연율 3.7%라면 산술적으로 3월 물가는 0.48%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월가는 내일 아침 발표될 3월 근원 PCE 물가를 0.26%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보다 훨씬 높은 0.48%(반올림하면 0.5%) 오른 것으로 나온다는 뜻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 2월 데이터가 상향 수정되지 않는다면 3월 근원 PCE 물가는 0.48% 오른 것으로 나올 것이다. 우리가 추정하는 0.25%보다 크게 높다. 이렇게 되면 3월 근원 PCE 물가의 전년 대비 수치는 2.9%(2월 2.8%)로 높아진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수치는 믿을 수가 없다. 통상 PCE 물가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를 기반으로 추정한 수치와 비슷했다. 그런 점에서 1, 2월 수치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 2월 수치가 각각 5bp씩 상향 조정된다고 가정할 때 3월 물가는 0.33%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전년 대비로는 2.8%로 2월과 같은 수준이 유지됩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합니다. 1, 2월 물가가 큰 폭 상향 조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3월 PCE 물가 추정치를 각각 3bp씩 올려 헤드라인 0.34%, 근원 0.33%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치를 바꿨습니다. 그러면 전년 대비로는 각각 2.73%, 2.84%가 됩니다. 근원 물가의 전년 대비 수치를 반올림하면 가까스로 2.8%가 됩니다. 2월과 같은 것이죠.
예상보다 물가는 뛰고 성장률은 낮아지자 일부에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라두크 트레이딩의 크레이그 사피로 고문은 "예상보다 약간 성장률과 예상보다 높은 물가는 Fed의 완화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고문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조합은 정치, 사회적 파급 효과를 가져오며 경제와 시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다수는 미국의 성장은 탄탄한 편이며, 물가는 둔화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1분기 성장률 보고서를 보면 경제는 여전히 건강하며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곳에 있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위치에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1분기 GDP 1.6%가 아니라 1분기 국내 민간 최종 판매 3.1%가 2분기를 시작하는 합리적 기준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나온 지난주(~20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직전 주보다 5000건 감소한 20만7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2주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한 건수는 1만5000건 줄어든 178만1000건으로 하락했습니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괜찮다는 뜻입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3월 잠정 주택 매매 지수는 전월 대비 3.4% 상승한 78.2로 집계됐습니다.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0.1% 오른 것입니다.
카슨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에 따르면 1950년부터 모든 대선 연도를 따졌더니 3월 말까지 최소 5% 이상 올랐던 해가 1956년, 1964년, 1972년, 1976년, 2012년 등 모두 5차례 있었습니다.
이 5개년도에서 주가는 4~6월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6월을 바닥으로 연말까지는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디트릭 전략가는 "큰 상승세로 출발한 선거 연도를 보면 약세가 5월 말 메모리얼 데이(5월 27일)까지는 지속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엔 여름 랠리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믿음을 잃지 말라"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