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트럼프의 EU 관세 연기 소식에 한 달 만에 최고치 기록

도쿄/런던, 5월 26일 (로이터)
유로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수입품에 대해 예고했던 50% 관세 부과를 철회한 후, 월요일 미 달러 대비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U가 "좋은 합의에 도달할 시간"을 요청하면서 관세 부과가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번복과 대규모 지출 및 감세 법안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서 이탈하면서, 달러화는 다른 주요 통화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의 외환 리서치 책임자인 레이 애트릴은 “4월에 지배적이었던 ‘미국 매도(Sell America)’ 테마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미국과 EU 간 관세가 50%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솔직히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로화는 한때 0.55% 상승해 4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1.1418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0.17% 오른 1.1375달러에 거래됐으며,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 상승했다.
최근 몇 달간 달러화 약세는 유로화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투자자들은 다양한 비(非)미국 시장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월요일 “정부들이 EU의 재정 및 안보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면, 유로화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는 베를린 강연에서 “지속적인 변화가 ‘글로벌 유로의 순간’을 만들고 있다”며 “유로화가 영향력을 얻으려면 스스로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파운드화도 0.39% 올라 2022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0.15% 상승한 1.356달러에 거래됐다.
안전자산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은 투자 심리 개선 속에 약세를 보였다. 달러는 엔화 대비 0.2% 오른 142.84엔, 스위스 프랑 대비 0.821프랑으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통화 후 EU 관세 부과를 7월 9일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7월 9일은 트럼프가 4월 2일 “해방의 날”에 EU 및 기타 무역 파트너에 부과한 관세의 90일 유예가 끝나는 날이다.
이러한 발표는 투자자들에게는 고무적이지만, 미국 무역 정책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변할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준다.
코메르츠방크의 외환 전략가 미하엘 피스터는 “트럼프의 최근 정책 선회 이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7월 9일까지 EU와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화 한 번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의문이다. 금요일 발표로 분명해진 것은, 우리가 누렸던 관세 유예는 일시적이었다는 점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지출 및 감세 법안이 상원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하원 통과 법안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부채 36조 2천억 달러에 약 3조 8천억 달러를 추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페퍼스톤의 리서치 책임자 크리스 웨스턴은 “조정안에서 분명해진 것은 트럼프와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재정 보수주의와 지출 축소에서 친성장 정책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라며 “달러가 수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컨센서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